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남교리 십이선녀탕 계곡~대청봉~오색)
▒ 2012. 10.12~13 1박2일 맑음.
아니온듯 ..봉돌,미남,애린
11일 늦은 9시..울산 출발 국도이용 남교리 십이선녀탕 계곡 입구 도착 후 한시간 휴식 후 4시 산행 시작..
설악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서북능선..
지난 번 한계령~대청봉 구간을 다녀올땐 운무에 조망이 숨바꼭질 하는 바람에 애를 태워 이번에 확실히 하리라 다짐을 하며 풀코스 종주에 기꺼이 동참한다.
중청대피소에 예약을 하려 했지만 실패..비박모드로 가기로 한다.
다만, 중청 아무 구석에서나 자면 되니깐 텐트는 필요없고 침낭과 매트리스만 가지고 가고 긴 거리인 만큼 짐을 확실히 줄이라 명령 받았지만
1박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박 배낭 메야한다. 결국 내 체중의 30% 나가는 배낭을 메고 길고도 험한 길을 갈 수밖에.. 단풍과 암릉미의 절정..서북능선으로 출발.
남교리 십이선녀탕 계곡 입구(4:00) ~ 복숭아탕(6:00) 어둠이 걷히길 기다리며 30분 휴식~ 안산 갈림길(8:10) ~ 대승령(9:17) 브런치를 먹으며 휴식 ~1408(12:18) ~귀때기청봉 1,578m(15:12) ~ 한계령 삼거리 (17:05)~ 끝청 ~ 중청대피소 (21:45) 1박 대략 17시간 45분 소요
중청대피소(9:00) ~ 대청봉(9:14) ~ 오색분소 (13:00) 대략 4시간 소요.
복숭아탕.. 참으로 신비롭게 생겼다.. 마침 이곳에 도착하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새벽4시 어둠을 뚫고 십이선녀탕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깊은 계곡에서 뿜어 나오는 어둠은 마치 블랙홀 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기세였다.
오싹한 공포가 온몸을 훓고 지나간 이후 헤드랜턴 불빛이 비춰지는 땅만 보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유난스레 컨디션 좋은 봉돌은 뛸듯이 앞서가고 그뒤를 미남님 또한 정신없이 쫒아갔다.
최근들어 운동도 안했지 ,감기도 들었지, 부쩍 무거워진 몸 때문에 따라 가기가 힘들었다.
야간 산행엔 절대로 앞장서거나 (앞에서 귀신 뛰어나올까봐..) 맨뒤에 서지 않는데 (뒤에서 귀신이 잡아당길까봐..) 이번엔 뒤에서 한참을 떨어져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공포가 엄습하는데도 두사람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ㅠ.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올라간 것..후에 생각하면 참 잘했다는 생각.
미친듯이 앞서가는 봉돌 뒤를 쫒아갔던 미남님의 부상은 이때의 후유증이라 생각되어지기 때문에..
복숭아 탕이 있는 계곡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단풍..
계곡은 기괴하게 생긴 소와 어울어진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고..
능선에 접어들기 직전..뒤에 미남님 벌써 많이 힘들어보인다.
드디어 능선..안산갈림길.
대승령.. 장수대에서 이리로 올라오는 분들이 많았다..여기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휴식..
아..정말로 가파른 계단. 이런 계단을 앞으로 몇개나 더 올라야 했는지..
이것이 절세가경 설악이다!!
가야할 능선..멀리 귀때기청봉이 빨리 오라고 한다.
절정의 단풍..카메라는 우리의 육안만큼 다채로운 색상을 인지 못하나봐 T.T
드디어 공룡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드디어 최악의 너덜..여기를 올라야 귀때기청봉. 여기서 미남님은 인대를 다친 듯 통증 때문에 더욱 힘들어했다.
끝도 없이 너덜을 기어 오른다. 그리고 곧 또 이런 너덜을 기어 내려와야 한다..한계령 삼거리까지 계속된다는 거..
산에서 내가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뱀도 아니요 곰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다..이 너덜이다.
꿈틀대는 듯한 공룡능...살짝 운해가 깔렸으면 얼마나 환상적이었을까..ㅎㅎ 운무땜에 한치앞도 못봐 징징거릴때는 언제고 화창해도 불만이냐.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오르다..
아..공룡능선..내일은 저곳으로 가야한다..(but 단지 희망이자 plan A에 불과했던 ㅎㅎ)
나 좀 멋진 듯..ㅎㅎ
요것은 용아능?
저 끝에 대청이 있다..
그러나 귀때기청봉의 가공할 너덜에 고생한 미남님의 상태가 심상찮아 대청을 포기하고 한계령 삼거리로 탈출하자고 제안했다.
한계령 삼거리 이정표.. 시간은 오후 5시..여기서 봉돌과 미남님에게 한계령으로 탈출하자고 했지만 에너지 넘쳐나는 봉돌은 7시 30분이면 중청 도착할 수 있다고 계속 진행하자고 한다. 미남님도 봉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욕심도 나기도 한대다 진통제의 효과를 보고 있던 참에 계속 가자고 재청.. 걱정스럽지만 할 수없이 나도 고~
마실 물도 떨어져 일단 봉돌이 중청까지 먼저 가서 물도 사놓고(중청의 매점은 8시에 닫는다) 잠잘 자리도 잡아 놓기로 하고 미남님과 나는 천천히 가기로 했다.
여기서 저희에게 남은 물을 다 넘겨주시고 한계령으로 하산하셨던 분들..정말 감사드려요 복 많이 받으실거에용^^
서북능선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멋진 풍경이지만 감상할 틈이 없다..
해는 순식간에 져버리고 미남님이랑 나는 한시간에 1km만 진행할 수 있었을 뿐이다.
길눈도 어두운데다 밤눈까지 어두운 나는 패닉 상태가 되어가고 급한 마음에 앞서 가서 길을 확인하고 다시 미남님에게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두려움과 피로 그리고 미남님의 상태로는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아 구조요청 전화를 할까 하던 차에 봉돌이 앞에서 부른다.
해가 져서 걱정이 되서 다시 돌아왔단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결국 중간에 비박하기로 하고 타프를 치고 땅을 고르는데 남자 두분이 지나갔다.
이시간에 사람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그분들이 중청까지 가자고 유혹(?)을 하셨다.
처음으로 오리지날 비박을 할 기회를 놓치기 싫었지만 그보다는 바닥의 벌레나 뱀 산짐승들이 더 걱정스러웠던 차에 미남님이 갈 수 있다고 가자고 했다.
그래서 다시 배낭메고 출발.. 좋은 컨디션이었다면 길이 좋아 한시간이면 갔을 중청이지만 워낙 느리게 걷다보니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봉돌은 앞서 가서 자기 배낭을 내려 놓고 다시 돌아와 미남님 배낭을 매고 가고 했지만 일단 탈진된 미남님에겐 한발짝 한발짝이 고통이었을 것이다.
망설이는 미남님을 꼬셔서 데리고 온 봉돌도 미안했을테고 미남님도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했을테고...참으로 오고 싶어 했던 친구를 힘들다고 다음에 쉬운 코스 같이 가자고 말렸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내가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좋아하는 만큼 나는 산이 두렵다.
몇번 죽을 고생을 한 후로 내 힘에 부치겠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하게 되었다..나는 나의 체력의 한계를 잘안다..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남님의 정신력과 봉돌의 체력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지만 이번 일로 두사람이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결국 5시에 한계령 삼거리 출발 9시 50분 중청 대피소 도착.. 4시간 50분이 걸렸다.
밖에 매트리스 깔고 침낭에 침낭커버 씌어 뒤집어 쓰고 바로 잠들었는데 예민해서 왠만해선 잠들지 못하는 내가 세시간을 세상 모르고 잤다.
새벽에 눈을 뜨니 1시44분. 무릎이 아프고 목이 마랐다.
총총이는 하늘의 별 구경 좀 하고 다시 침낭속으로..
3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공룡능선 타러 간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그냥 누워버티다 5시쯤 일어나 정리하고 커피 한잔 먹고 대망의 대청봉 일출을 보기 위해 대청봉으로..
날씨가 좋아 드디어 대청봉 일출을 보나 싶었는데 바다 위로 짙은 해무가 덮혔다.
이번에도 일출은 꽝!! 정상석은 사람들로 몇겹이 둘러 쌓여 있어 정상석 사진은 아침먹고 다시 올라와 찍기로 하고 하산..
대피소에서 낙지볶음에 물을 많이 부어 라면과 햇반을 넣어 낙지전골 잡탕죽(?)을 먹고 공룡능선은 포기하고 오색으로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미남님은 대피소에서 압박붕대 얻어서 감고 진통제를 먹어두고..가장 짧은 오색코스 이긴 하나 미남님에겐 참으로 힘든 길일 것이다.
다시 대청봉으로..
헐~ 대청봉 정상석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파묻혀 있다. 결국 인증샷은 포기하고.. 단체 여행객들이 정상석을 전세내고 둘러 앉아 좀처럼 비켜주지 않았다. 대청봉 정상은 오늘도 대목장터처럼 왁자지껄 바글바글하다.
드디어 다 왔다. 얼마나 힘들게 내려왔는지...다리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고 발바닥엔 불이 났다.
대청봉 정상석을 대신하여 단체 사진 한장..ㅎㅎ 택시타고 남교리로 이동 (택시비는 40000원)
남교리에서 귀울하던 중 미시령 옛길로 왔다. 새길은 통행료가 3000원이나 하잖아..너무 비싸 ㅎㅎ
덕분에 울산바위 구경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