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2013. 1.25~26. 1박2일
건석이네 세식구..
아들을 데리고 비박을 가고 싶어하는 아버지..절대로 비박은 가고 싶지 않은 아들.. 두사람의 바라는 바를 절충한 것이 노고단 대피소 1박2일 산행이었다.
힘들지 않게 올라가도 되면서 대자연의 품속에서 가족이 고기를 찐하게 구워 먹으며 가족애를 돈독히 할 수 있으니깐..ㅎㅎ
아들의 개학을 앞두고 아버지는 휴가를 내고 아버지는 즐거워서 룰루랄라 아들은 마지못해 룰루랄라 하면서 길을 나섰다.
성삼재로 이르는 도로가 결빙이라 차량통행이 힘들거라는 인터넷 공지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사륜구동이거나 운전을 아주 잘하는 경우에만 올라올 수 있다는 국공직원의 말..
비록 사륜구동차는 아니지만 왠만한 도로는 시시해서 늘 졸음이 오는 봉돌 아니던가..봉돌의 운전실력을 믿으며 강행했다.
천은사 지킴이들이 삥 뜯으며 하는 말..10km중 위 5km는 통제니깐 통과할 거면 5km만 더 가서 길가에 차를 주차해두고 성삼재까지 걸어서 올라가란다.
올라 가다 보니 역시나 5km를 앞두고 차가 헛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몇번의 시도 끝에..결국은 체인을 감고서야 성삼재까지 무사히 도착..
노고단으로 이르는 길은 아름다운 상고대로 눈이 부셨고 아들도 신기해 하며 감탄했다.
짧은 거리 쉬운 등로였지만 나는 왠지 숨이 차고 힘들었는데 아들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사뿐히 걸어갔다..
기특한 것.. 그동안 열심히 운동하더니 제법이다.
아주 오래전 억산과 주왕산에서 시간 잡아 먹던 하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 쉽게 올라와 버려 아쉬웠던 아들은 더 가자고 했지만 더 갈데도 없는걸..ㅎㅎ
주중이고 도로 형편이 좋지 않아 대피소는 여느때 보다 훨씬 한가했다.
취사장도 조용해서 느긋하게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차가 계속 미끌려 차를 도로에 주차하고 걸어갈 준비를 했다. 체인이 있었음에도 왜 봉돌은 무모하게 몇번씩이나 시도를 했는지 의문이다.ㅎㅎ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일까 오기일까..어쨌든 체인을 장착한 이후로는 매우 smooth하게 나아갔다..
다음날 내려오면서 보니 많은 차들이 특히 세단들이 올라오지 못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주차해 놓은 차들로 도로는 주차장 겸직까지 하고 있는 상태였다는 거...
성삼재 주차장엔 차가 몇대 없다. 텅빈 주차장이었지만 주차료는 일박이일 만원..
봉돌이 궁시렁댔지만 그래도 근무하시는 주차요원 봉급은 드려야할 것 아냐..ㅎㅎ
아이고 힘들어..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다리가 너무나 무거워 어딜가나 힘들다.T.T
이제 나의 전성기도 다 갔나보다.
마구 고기를 흡입하시는 아드님..거기에 비해 후라이팬은 코딱지만한 에버뉴 티타늄 후라이팬.. 아주 약한 불로 구워야 하기때문에 소고기와 대패삼겹살을
장만해왔는데도 아들님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 봉돌은 무신 생각으로 저 후라이팬을 갖고 왔을꼬???
노고단의 새아침..하늘이 맑아 서둘렀으면 일출을 볼 수 도 있었을텐데..역시나 게으름 게으름 게으름...
아드님은 또 힘차게 나아가시고.. 블랙야크 바지가 슬림하니 이쁘긴 하나 얇은 감이 있어 아부지 우모바지를 껴 입으라 해도 싫단다.
전망대에 가까워지자 엄청난 강풍이 불어댔다..몸이 휘청거릴 정도로..게다가 어찌나 추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강풍과 추위에 아들도 충격을 받은 듯.ㅎㅎ
이건석..드디어 지리산에 첫발을 내딛다.
노고단 운해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녀석도 장엄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산을 가까이 할 수 있기를 바랬는데
오늘따라 구름이 매우 드물다 T.T
아들이 제법 잘 걸었다..예전처럼 징징거리지도 않았다.
즐거워하며 신기해 하길래 앞으로 가끔 산에 같이 오자고 했더니 싫단다.ㅎㅎ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없단다..
이런 %$%$&%@# !!!
결국 역시나 우리 패밀리는 주말마다 찢어져야 하는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