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운장산 칠성대 비박

aeriin 2016. 2. 17. 19:44

 

2016. 2.16~17.

흐리고 밤새 눈 그리고 갬.

봉돌,신천님이랑 셋이서...

 

노령산맥의 주봉인 운장산은  이름처럼 구름에 가려져 있을 때가 많다.

그 구름위에 칠성급 전망을 자랑하는  칠성대가 있다.

동 틀녘, 사방으로 뻗은 산맥들 사이 사이를 가득 메운 운해들이  장관을 이루는 그 풍경이 보고 싶어  염두에 두었던 산이다.

강릉 안반데기에 실망하고 인제 자작나무 숲은 탐방 금지 기간이라 하고..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척 하다 은근슬쩍 운장산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ㅋㅋ

다들 오케이다.

울산서 강릉, 다시 진안까지 내려오는 강행군으로 피곤해진 몸과 강풍이 불어대는 궂은 날씨지만

탐미에 빠지면 약도 없다. 

그냥 맹목적으로 좇을 뿐이다.

 

 

 

55번 국도변에 있는 운장산 휴게소(동상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몇년전, 구봉산~ 운장산 종주시, 이곳으로 하산했었다.

지칠대로 지쳤었지만 서봉에서 이곳으로의 하산이 짧고 쉬웠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름길은 그 기억만큼 쉽지 않았다.

눈길에다 강풍, 그리고 박배낭을 메고 있다는 점이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힘들게 힘들게 올라와 드디어 운장산 서봉, 칠성대다.

강풍에 눈발이 날려 춥다.

이곳 정상 전망바위에 터를 잡으려고 했으나 바람을 피하기 위해 아래쪽으로 후퇴했다.

 

 

 

 

 

 

 

 

 

 

 

잠시 안녕 칠성대야~ 내일 아침에 보자.

 

 

해가 지면서  운장산은 구름 속에 더 깊이 잠기기 시작한다.

 

 

봉돌과 신천님은 이곳에, 나는 조금 윗쪽에..

지난번 한파주의보 떨어졌을때 신불산 비박을 갔던  봉돌이 추웠다고 하길래 발렌드레 상의와 웨스턴마운티니어링 우모바지를 사줬다.

앞으로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여서 밥도 하고 커피도 타주리라 믿는당.. ㅎㅎ

 

 

호모 스토브스 봉돌..ㅎㅎ

각종 버너를 좋아하고 수집하고 싶어한다.

보통은 3대의 버너를  챙겨 다니며 운용한다.

 

알락이 안락해보인다.

알락을 쉘터 삼아 저녁을 먹고 난 윗집 우나로...

 

 

 

 

 

윗집은 나의 집 우나,

아랫집은 신천님의 집, 알락

밤새 눈이 내려 눈꽃이 더욱 화려해졌다.

 

 

운장산의 주봉, 운장대 넘어로 해가 뜬다.

 

 

 

 

 

산맥처럼 당당하게..

산맥처럼 변함없이..

그렇게 살아가야지

 

 

 

 

 

 

 

 

 

 

 

 

 

 

 

 

 

바로 이 풍경이다. 내가 상상했었던...

몇년 전, 종주의 막바지 지친 몸으로 이곳에 섰을땐 운무가 사방을 덮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거침없는 능선들의 포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저 하얀 장막 뒤에는 엄청난 풍경이 숨겨져 있을거라고 중얼거렸었다.

 

 

굿모닝 칠성대^^

 

 

 

 

 

저기가 우리가 꿈꿔왔던 비박지.

 

 

 

 

 

 

 

 

 

 

 

 

 

 

 

 

 

 

처음처럼 다시 셋이다.

 

 

 

 

 

 

 

 

 

 

 

 

 

 

세상의 꼭대기에서 나는 자유를 외친다.

나는 자유다아~~

 

 

자유고 뭐고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야징

 

 

 

 

 

지붕이 낮은 우나는 내 목을 거북목으로 만든다.

결로 또한 싱글월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쌓인 눈 밑은 온통 얼음이라

아이젠을 하고도 조심해야 한다.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 총량 보존의 법칙 ㅎㅎ

안반데기에서 실망한 양 만큼 운장산에서 보상 받았다는..

그래서 2박3일간의 여정은 만족스럽게 마무리 했고..

 

휴가가 남은 두분, 신천님과 봉돌은 나를 대전역에 떨궈 놓고 거문도 비박을 가기위해 여수로 떠났다.

아름다운 여수와 거문도의 밤을 기원해드릴테니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