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거목들의 땅, 정선 가리왕산
2016.6.4~5. 구름 많음 후 맑음
봉돌이랑 둘이서..
달천 아이파크 출발 10시출발 ~울산,포항 고속도로 ~ 동해안 국도 ~ 동해 고속도로 를 이용하여 정선 가리왕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충청 이남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강원도를 목표로 했다.
그 중 방태산이 첫 손가락이었으나 너무 먼 거리에다 이미 많은 백패커들이 그곳을 목표로 하였기에
더 망가지기 전에 가봐야 할 산, 가리왕산으로 향한다.
장구목이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도로 공사로 도로도 장구목이 들머리도 어수선하다.
이미 주차된 차들 뒤, 길가에 주차를 하고..
시작이 늦어 부지런히 올라가야한다.
서둘러야 했지만 이렇게 이쁜 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참으로 이쁜 이끼폭포를 만났다.
폭포에서 만난 노부부께서 이미 많은 비박꾼들이 올라갔으니
힘들게 올라가지 말고 이곳 폭포 주변에 텐트를 치라신다.ㅎㅎ
그러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임도를 만난다.
2.6km를 왔고 나머지 1.2km를 가면 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된비알이다.
주목들이 군데 군데 서 있다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오르기는 힘들어도 지루하진 않다.
정상 삼거리.
봉돌은 이쯤에 샘이 있기 때문에 식수는 여기서 보충하면 된다고 했다.
계곡을 지나쳐 오면서 봉돌에게 분명히 샘이 있는 지 확인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샘은 없다.
남덕유에 이어 봉돌의 대충주의에 또 당했다.
땀을 비오듯 쏟아 대며 힘들게 올라 오니
정상은 평원처럼 널찍하고 푸르다.
내가 좋아하는 정상부의 모습이다.
사방이 탁 트여 일망무제의 풍경을 보여준다.
서쪽 하늘이 일몰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지만
난 700미터 아래 샘을 찾아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만난 분에게 여쭤 봤더니 샘은 '정상0.7km' 표지판이 있던 그곳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20여미터 들어가야 있단다.
텐트를 칠 줄 모르는 내가 물통을 채우러 내려가는 수 밖에.
마음 속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샘을 찾았으나 파이프를 통해 내려오는 물은 방울방울 떨어질 뿐이다.
바닥에 흐르는 물을 받아 정수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앞으론 샘이 있다는 봉돌의 말은 절대 안 믿기로...
아름다운 밤이었지만
너무나 피곤하여 텐트속에서만 머물다 잠들었다.
이번에 직구로 구입한 msr windshield stove set.
리엑터랑 같은 스타일이지만 보다 작고 이쁘다.
나의 모닝커피 전용이다.
커피 끓여달라며 깨우지 말고 내 텐트에 넣어 놨다 아침에 일어나면 직접 끓여 먹으란다. 쳇!!
아침은 스프랑 크로와상 그리고 카프라제 샐러드용으로 가져 갔던 프레쉬 모짜렐라 치즈.
토마토는 어제 올라오면서 먹어 치웠버렸기에 치즈만.
저녁으로는 오뚜기 된장찌게 한봉지랑 쌀 한컵
그리고 밑반찬 쬐끔. 소세지 한팩,
아침으로는 달걀 2알. 스프와 크로와상 을 준비해 갔으나 소세지랑 달걀 2알은 다시 빠꾸.
요즘은 먹거리들을 참으로 간소하게 갖고 다닌다.
산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것, 왠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리..ㅎㅎ
중봉을 거쳐 숙암분교로 하산 하기로 한다.
중봉.
숙암분교로의 하산로가 폐쇄되어 있었지만 그대로 진행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사시라 포옹도 해드리고..
중봉에서 숙암분교로의 하산로에는 주목을 비롯한 거목들이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었다.
이 나무들이 등로를 막아 등산로를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장애물 경기 하듯 뛰어 넘거나 낮은 포복으로 기거나 우회하며 진행하여야 했다.
우리의 고생스러움은 뒷전이고
수백년은 살아왔을 나무들이 어이없이 쓰러진 모습들을 보니 안타깝다.
하지만 하산 하여 마주한 풍경은 더욱 처참했다.
숲을 없애 버린 인간들을 산은 용서할까?
자작나무 숲.
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무색하다.
한쪽은 보호구역, 다른 한쪽은 알파인 스키 활강장 공사 중이라 출입을 금한단다..
임도를 만난 후 산길을 30여분 더 내려가면
숙암분교가 나올 줄 알았으나 분교는 보이지 않고 황량한 공사장만 나왔다.
공사장을 지나 도로변 가게에서 커피 캔으로 목을 축이고
가게에서 알려준 택시기사분은 30여분 후에나 가능하다고 해
봉돌이 차를 회수하러 장구목이까지 걸어갔다. 30여분 걸린 듯..
참고로 숙암분교 들머리는 공사장이 된 터라 출입을 막는다고 한다.
우리야 이미 내려온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냥 통과..ㅎㅎ
왕복 10시간이 넘는 긴 거리를 산 하나 달랑 타고 오자니
여러가지로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3시간 거리를 넘지 않는 곳만 다니자고 했다.
일단 내 발목을 회복한 후 부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