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산 정상에서..
2016. 7.16~17 구름많고 폭염
봉돌이랑 둘이서..
오랜만에 시간도 나고 비도 안오고
어디로든 비박을 가자고 했다.
길을 나서며 영.알 어디에도 좋으니 여기저기 궁리하다
어쩌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황산! 으로 결정.
뜨거운 열기 때문에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샘물 상회 까지 오는데도 힘들다.
얼음골이나 닭벼슬 능선 아니면 표충사에서 층층폭포로 오르자고 했었던
처음의 계획들이 참으로 무색하다.ㅎㅎ
엉뚱하게도 케이블카를 타는 바람에 너무 일찍 야영지에 도착했다.
텐트 설치 후 뻗어버린 봉돌.ㅎㅎ
해가 지기 시작하자 슬슬 나들이~
하늘...
파란 하늘로 단정 짓기엔 너무나 다양한 빛깔들이 존재한다.
"나의 여인숙은 북두칠성이었다"
-랭보-
깊은 밤이 내린 산정은 모든 존재가 초연하다.
태초에나 지금에나 같은 별빛과 달빛만이 세상을 밝히고
그 세상 어디에도 문명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땅은 나즈막히 숨을 쉬고 바람은 홀연히 나타났다 지나갈 뿐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어둠이 내리면 그저 어둠에 순응하면 그만이다.
밝아져도 운무에 가려져
아득하기만 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이유가 신통찮은 다리 때문에 하산이 힘들기 때문이었는데
하행선 이용이 불가하단다.
어젯밤 옆집 백패커 부부에 의하면
비박하고 다음날 하행선 탑승은 금지라면서 세번이나 교육을 시키더란다.
왜 우리에겐 아무말도 안했는지.
안된다면 케이블카를 안탔을 거라 눈치 챘나? ㅎㅎ
가서 진상을 부려 볼까 했지만 봉돌이나 나나 워낙에 착해서리 포기하고..
얼음골 끔찍한 너덜길을 내려왔다.
다음날 하행선 이용이 불가하게 할 거면 편도표를 팔아야 할텐데
그건 안하고..
이 나라는 여기저기서 삥 뜯기 바쁘다.
냉장고 문 열어둔 것 같은 냉기가 솔솔 나오는 얼음골 너덜.
빙하시대의 얼음 품은 바위들이 저 아래 깊숙한 곳에 갇혀 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