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골 용아능선
2008년, 2009년 가을 용아능선 이후 8년만에 용아를 간다.
암릉을 휘감아 도는 단풍.. 가을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살짝 발목이 걱정되지만 연달아 암릉 산행을 한 터라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고
올해는 어쩐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용아 A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폐쇄되어 용아B로 올라간다.
밀양 얼음골 주차장 ~ 천황사 ~ 턴~ 얼음골 옛길 ~ 용아B 들머리 ~ 용아B ~ 철계단 ~ 샘물상회~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 닭벼슬 능선 ~ 얼음골 주차장 원점회귀.
천황사 좌측 가마불 협곡으로 가야하는데 통행금지라 막아놨다.
가마불 협곡쪽에 큰 낙석이 떨어지며 깨지는 바람에 길이 막혔단다..
1월에 낙석이 떨어졌는데 아직까지 복구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하니 한동안은 가마불 폭포는 못보겠다.
위험구간 경고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텐데 줄까지 쳐서 막아 놨기에 왠지 넘어가기가 그렇다.
입구로 돌아가서 용아 B를 타기로 했다.
가파른 길과 바위들을 넘어 오면 이렇게 멋진 조망을 만난다.
용아 A 능선을 배경으로..
백운산
아주 화려하고 거대한 부채처럼 생겼다.
바위를 기어오르고 또 오르고..
2017년의 나
2009년의 나
자연은 그때 그대로이나 나도 변했고 당시 함께 했던 산친구들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추억만 나눌 뿐이다.
그래도 어느 한때 함께 했던 그들이 있어 다행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의 펜스를 넘어 닭벼슬 능선으로..
처음 얼마간은 무지막지한 길이지만 차츰 편해진다.
머리 위로는 승객들로 꽉찬 케이블카가 왔다 갔다 한다.
온통 붉고
온통 노랗고..
카멜레온처럼 옷도 주변색깔에 맞춰 변해줬으면 좋겠다.
하산 후 우리가 오르고 내려왔던 능선들을 복습하며..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용아능..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면 더욱 경이롭다.
10월의 단풍보다 11월의 단풍이 아름다운 건 더 해진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깊이감 때문이리라..
붉지만 도발적이지 않고 노랗지만 천박하지 않다.
빛깔에 깃든 체념과 사유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장례의식처럼 숙연한 축제가 끝나가고 있고
이젠 겨울을 준비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