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고헌산 비박

aeriin 2015. 4. 27. 08:27

 

2015. 4.25~26. 맑음 그러나 강한 바람

봉돌과 유식이랑..

 

토요일 오후, 갑자기 비박을 가자고 한다.

마침, 진달래 만발한 고헌산 사진을 보고 있던 터, 목적지는 고헌산이다.

유식이 동행하기로 한다.

오늘은 동봉으로 올라 산불감시초소 옆 전망데크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산을 타는 유식이 많이 힘들어 해 천천히 쉬엄쉬엄 오른다.

8부 능선에 이르니 해가 서산 넘어로 지기 시작하고

하늘 끝자락에 남아 있던 햇빛의 잔상마저 사그라지니..

산마루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봉돌은 앞세워 보내고 유식은 뒤에 남겨둔 채,

홀로 이 아늑한 시간에 언제나처럼 처연한 고헌산의 능선길과 마주하니

산의 초연함이 주는 깊은 울림이 나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고 있음이라...

 

 

 

 

 

 

고헌사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다 우측 엄청 가파른 등로로 진입..

 

 

 

해가 저문 산은 엷은 빛으로 실루엣을 그리고 있다.

 

 

알콜버너 시연 동영상에서  외국친구가 소세지를 굽는 것을 보고 부러웠나보다.

봉돌이 소세지를 구워먹자고 해서 아껴뒀던 소세지를 챙겨왔다.

참거래농민장터 풀잎농장에서 주문한건데 일체의 첨가물없이 돼지고기와 다진 채소로만 만들어서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다.

가공식품 싫어 하는 두 남자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형님먼저 아우먼저..둘이 주거니 받거니..

 

 

 

 

 

 

MSR 드레곤테일을 챙겨갔더니 셋이서 텐트안에서 밥을 해 먹어도 편하다.

밤새 엄청난 강풍이  불어 댔으나 잘 견뎌줬다.

바람 때문인가 결로도 전혀 없었다.

일기예보상, 영남알프스엔 밤새 맑고 풍속 0.6m/s의 바람이 분다고 했다.

과연 그 무섭게 불어대던  바람이 일초에 60cm 밖에 못갔을까?

에잇..구라청 같으니라고!!!

 

예민해진 내 귀는 온통 바람에 집중하고..그러자 바람길을 따라 바람이 차례로 몰아쳐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개의 바람이 멀리서부터 휘이~ 하고 달려와  텐트와 주위 관목들을 후쳐치면 잠시 후 또 다른 바람이 멀리서 부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 소리를 별 대신 세어봐도 잠은 더 달아나고

밤을 거의 새다 시피 한 나의 머릿속이 이렇게 창백하고 흐릿할 듯...

 

 

 

 

 

 

 

 

 

 

 

 

 

 

 

 

 

 

 

 

 

 

 

유식이의 임기응변..

텐트 폴대를 안 갖고 와 텐트를 덮고 자라고 했더니 스틱으로 저렇게 공간을 만들어놨다.

 

 

 

바람 때문에 잠 못이룬 덕분에 오늘은 일찍 하산 준비를 마쳤다.

12시 결혼식에도 가야하는데 잘됐다.

 

 

 

 

 

 

 

 

 

 

 

 

 

정상데크가 비어있다.

어젯밤 고헌산엔 우리만 있었나보다.

 

 

 

 

 

 

 

서봉을 들렸다 다시 돌아와 어제와 같은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어제 올라오면서 봉돌이 카메라렌즈 캡을 흘렸고 그걸 찾아야 하겠다고 해서리..

 

내가 고헌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길고 가느다란 능선길 때문이다.

길고 가느다란 형상이 주는 이미지가 그러하듯 쓸쓸하기 그지없는 이 풍경은 나를 침잠하게 한다.

 

 

 

 

 

 

서봉에서 외항재로 이어지는 길

 

 

 

 

 

 

 

노란제비꽃다발..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다.

그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의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걸음 한걸음이 수고이면서 동시에 기쁨이 되는 것이다.

-존 뮤어-

 

 

 

 

'영남 알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산  (0) 2015.07.05
백운산~가지산  (0) 2015.06.08
을미년 아니온듯 시산제  (0) 2015.03.16
밀양 구만산  (0) 2015.02.11
영축산 외송능선~쥐바위능선  (0) 201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