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0~21. 비온 후 흐림. 한라산 정상은 햇빛 쨍쨍.
봉돌이랑 둘이서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가기로..
목적은 오로지 한라산 백록담.
하지만 제주엔 일요일 월요일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 백록담과 우리는 인연이 없나보다.
뱅기표, 호텔예약 취소하기도 번거로워 마음 비우고 짧은 하루 놀다 오자며 떠났지만
하늘은 , 아니, 설문대할망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성판악(9:45)~ 속밭 대피소 ~ 진달래 대피소(11:40) ~ 백록담(13:00)~ 성판악 (16:20) 대략 6시간 35분 소요.
이번에도 관음사코스는 불발이다.
백록담에서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낙석 때문에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2016년 말에나 통제가 풀린다나..쩝
단, 관음사에서 삼각봉 까지는 탐방 가능하다.
여기는 속밭 대피소. 아무리 급해도 한 컷 찍고..
새벽에 한라산 성판악 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니 비가 내린단다.
겨울비 산행은 왠만해선 하기싫다. 제 아무리 한라산이라도.
호텔에서 밍기적 거리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8시20분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올라오니 역시나 비가 내린다.
가나마나 꾸물대며 고민하다 사라오름이라도 보고 오자며 출발했으나 발걸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게 왠일, 오르면 오를 수록 비가 잦아 들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금새 푸른 하늘에 햇빛이 쨍하고 비치니, 봉돌과 나는 맘이 급해졌다.
진달래 대피소 12시 컷오프 시간에 맞추려면 쉴 시간도 없다.
질퍽하게 녹은 눈에 발이 푹푹 빠지니 걷기는 힘들고 녹은 눈이 개울이 되고 물 웅덩이가 되어 있어 요리조리 피해가며 오르니 더 힘든다.
종주 산행도 이렇게 급하게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도 백록담은 포기할 수 없다!!
9시45분 성판악에서 출발해 11시40분 진달래 대피소 도착..
드디어 좀 쉬어도 되겠다.
커피와 빵으로 허기를 달래며 잠시 휴식한 후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대피소 직원이 반복해서 방송을 하신다.
"백록담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니 12시에 출발해도 늦는다.
그리고 1시30분 부터는 백록담에서 무조건 하산해야한다.
지금 바로 출발하라 "
그래도 우린 할 일 하고 있었다..그러자
"가다가 힘들어서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12시 시간 맞추지 말고 미리 출발해라"
그래도 우린 그자리에서 커피 마시고 있었다. 곧 협박조의 방송이 나온다.
"12시 정각에 바로 차단하겠다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떠밀리듯 바로 출발해야 했다.
처음엔 기분 나빴는데 한편으로는 정이 많으신 분이라 저렇게 본인이 애가 닳아 하시는 거 아니겠나 싶었다.
아무 말 없이 12시 땡 치면 차단기 설치하면 그만인 것을..ㅎㅎㅎ
긴장도 풀린데다 오버페이스한 후라 너무 힘들다.
그래도 가야지 구름 위의 천상의 세계로..
구상나무와 키큰 관목들로 덮인 등로를 30여분 오르면 드디어 세상의 꼭대기에 서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죽기살기로 올라온 탓에 이후로는 더 힘들었다.
남은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 한발 한발 올라 드디어 정상이 코 앞이다.
우왕~ 백록담
저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서야 한라산은 태어났다.
포근했던 날씨가 정상에선 매서운 바람이 불어 정신 없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얼어 붙었었던 지난 번에 비해선 봄날씨다.
덕분에 정상에서 한참을 즐겼다.
I'm on top of the world on the top of Halla
지금 이순간, 나의 세상은 구름으로 가려진 저 아래가 아니라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곳 천상의 세계다.
분화구 능선만을 잘라보니 히말라야 능선을 닯았다.
긴 줄 끝에 서서 드디어 백록담 표지석에서 인증샷.
출입 금지를 무시하고 출입했다간 아스라한 비행을 하게 될지도..ㅎㅎ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해야지.
내려가자 눈물로 올라온 발자국을 지울때다..
하산 풍경은 더욱 신난다 ~~
봉돌님도 폼 한번 잡아 주시고..
다시 진달래 대피소.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컵라면 한 그릇 비우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얼른 올라가라 재촉하는 방송이 없으니 한층 여유롭게..ㅎㅎ
성판악으로 돌아오는 하산은 언제나 지루하다.
특히나 눈이 녹아 계곡을 방불케 하는 돌길을 걸어 내려오는 것은 끔찍했다.
발목 긴 고어텍스 등산화에 스패츠를 하고 있어서 내 발은 끝까지 뽀송뽀송했지만
운동화나 기타 신발을 신고 올라오신 분들은 양말을 벗어 물을 짜내며 올라야 했다.
정상에서의 경이로운 풍경이 없었다면 어떠한 산행의 즐거움도 찾지 못한 고된 행보에 불과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박했던 아스타호텔.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5000원 정도 나오며 시외버스 터미널까지는 도보로 5분정도.
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한시간을 추위에 떠느니 버스 100번을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걸어가는 게 나을듯.
시내 한 복판에 있어 주변 경치는 별로지만 편리한 점이 많다.
사우나 헬스시설 편의점도 있고 부페식 조식도 가능하다.
조식은 일인당 15000원.
트윈침대에 조식포함으로 예약했었으나 더블침대에 조식불포함으로 예약되어 살짝 짜증났지만
다음에도 이용할 만한 호텔이었다.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에 유명한 동문수산시장있다.
동문 올레식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으나 비오는 날씨임에도 긴 줄이 서 있어
그 옆 식당에서 갈치조림(25000원)과 모듬회 (20000원)를 먹었다.
시장이라 깔끔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좌판에 널려진 값싸고 고등어 갈치까지 포함된 다양한 회들이 봉돌의 구미를 마구 잡아당겼다.
다음엔 동문시장 꼭 들릴거란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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