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신불산의 깊은 밤

aeriin 2016. 10. 10. 21:23

 

2016. 10.9~ 10.

봉돌이랑 둘이서..

토요일, 비가 내려 비박을 포기했던 봉돌이 일요일에 가잔다.

수능 까지는 비박산행을 잠정 은퇴하겠다고 포고를 했음에도..

게다가 그는 월요일이 한글날 대체 휴무일이지만 난 아니다.

아침 일찍 하산하면 된다는 그의 유혹에 말려들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 나섰다.

흔쾌히 집을 나서진 않았지만 산 정상에 섰을 때의 희열감이란...

오늘도 그 대책없는 희열감에 수능을 앞두고 고군분투 하는 재수생 아들은 안중에도 없어지는 야매엄마의 망발.

 

 

불승사에서 올랐다. 불승사 주변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주차를 하고 오름질 시작..

신불재 샘터에서 물통을 채우고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불승사에서 쉬엄쉬엄 2시간이면 오른다.

 

 

 

 

 

 

 

 

 

 

 

신불재는 바람길이다.

엄청난 바람들이 불어댔다.

 

 

 

 

 

 

 

 

 

 

 

 

 

 

지금 시간 3시..너무 일찍 정상에 도착할 필요가 없으므로

따뜻한 바위에 누워 휴식을 취해본다.

 

 

 

 

 

 

영축산 독수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오늘은 신불산 정상테크에 자리를 잡았다.

일요일이라 데크가 여유롭다.

 

 

 

 

 

 

 

 

 

 

 

 

 

 

 

 

 

 

 

 

 

 

 

봉돌이 뛰어 보란다. 열심히 뛰었다.

힘들다. 나이 50에 이 무신..

 

 

 

 

 

 

 

오늘의 일몰은 딱 저 순간 뿐..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어느 새 두터운 구름으로 덮혔다.

 

 

 

 

 

 

 

 

우리의 이웃들..

간월재 데크에서 1박 하실 예정이었으나 요즘 간월재는 비박 금지다.

쫒겨서 오시느라 식수도 못 챙기셨단다.

신불재 샘터를 가르쳐 드렸다..

 

 

 

 

 

 

 

 

 

 

 

 

 

 

 

분명히 반달이었는데 왕별을 만들어 놨네..

 

 

 

 

 

 

 

 

신불산의 새아침.

먹구름들이 몰려들고 있다.

 

 

구름들이 빠르게 신불산으로 몰려 들고 있었다. 소집 명령이라도 받은 듯..

저 구름들이 더 낮게 계곡들을 따라 흘렀다면

실스마리아 의 말로야 스네이크 만큼 장관이었을 것이다.

 

 

구절초의 미망..

 

 

 

 

 

 

 

 

 

 

 

 

오전 8시..오후에 출근 해야하니 서둘러 하산 시작.

 

 

 

 

 

 

 

 

 

 

 

 

 

 

지난 밤 신불재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이곳에 텐트를 치셨던 분들은 샘터 옆 대피소로 새벽 일찍 피난 가시고 신불재엔 바람만 가득했다.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 처럼 더 이상 흠뻑 젖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가을의 소원/ 안도현

 

 

삼봉능선을 배경으로..

 

 

 

 

9시30분 하산완료..

그리고 하루 종일 몽롱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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