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4~16 2박3일간.. 영하 30도- 바람땜에 체감온도 영하 40도로 곤두박질하는 시베리아특급^^
미친 백수 3명에 반백수 1명 ㅎㅎ
첫쨋날 : 화엄사~노고단 대피소.
남부탐방안내소(14:15)~화엄사 일주문(14:30)~국수등(16:02)~코재(17:12)~노고단대피소 (17:27) 대략 3시간12분소요
1월14일 금요일..8시50분 신복출발..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 아래 강변 공용주차장에 주차해두고 시외버스로 하동, 다시 버스 갈아타고 화엄사까지 이동.
주말, 올들어 가장 강한 한파가 몰려올꺼라는 일기예보에 겁에 질려 포기하고 싶은 맘 굴뚝 같았기에 내심 진주까지 태워주고 다시 돌아올까 맘 먹고 있었는데
의외로 포근한 날씨에 그대로 강행.. 배낭메고 버스타니 예전 M.T 다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이 아주 재밌다.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가벼움..
화엄사 앞 남부 탐방소 앞에서 위풍당당하게..ㅎㅎ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해서 삼겹살 구워 밥 한냄비 후딱 해치우고..
담요 두장으로 버티기엔 너무 추운 대피소..남녀 혼숙이었지만 (여자는 고작3명이라 따로 방을 못주나보다..) 남녀 자리를 구분해뒀다. 그럼에도 너무 추워 봉돌 옆으로 옮겨 그의 체온을 난로 삼아 잤더니 그런대로 잘만했다는..다음번엔 필히 침낭 매트리스 챙겨가야겠당.. 아래층 탱크처럼 코고는 아저씨덕에 비록 자다깨다 했지만 그런대로 컨디션 좋다.
둘쨋날 : 노고단~ 장터복 대피소
노고단대피소(7:30)~노고단(7:49)~피아골삼거리(8:39)~임걸령(8:47)~삼도봉(9:36)~토끼봉(10:36)~연하천대피소(11:50)~중식~벽소령 (13:43)~선비샘(14:40)~세석대피소(16:07)~장터목 대피소(17:50) 10시간 20분 소요.
느긋하게 오뎅탕으로 아침먹고 7시20분경 출발.(조금만 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덜 고생했을것 T.T) 노고단에서 임걸령 지나 삼도봉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마스크를 하면 입김땜에 안경에 서리가 끼며 얼어서 벗고 걸었더니 눈의 피로가 심했다..게다가 맨눈으로 햇빛을 본지 너무나 오랜만이라 어지러웠고..그렇다고 마스크를 내리면 코와 뺨이 찢어질 듯 시리고..신경은 예민해진데다 옷이 두툼해 배낭 허리벨트를 안멨더니 어깨통증이 도져 고통스러웠다. 춥고 아프고 그렇게 연하천까진 후회를 통감하며 탈출할 궁리만 하며 걸었다. 연하천는 또 왜그렇게 춥던지 버너 불꽃에 손을 녹이며 라면 먹고 모두에게 벽소령에서 탈출하겠노라 통고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려 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벽소령을 향하는데 갑자기 날씨도 포근해져 마스크 내리고 고글 쓰고 걸으니 피로도 풀리고 어깨통증도 사라졌다.그래서 너무나 가볍게 나의 선언을 뒤집어 버리고 종주의 끝을 향해 동참..결국 지옥으로 자진해서 들어간 꼴이 되버렸다.
세석까지 대부분의 팀들을 추월해가며 제법 빨리 진행했으나 도착하니 4시7분 ..4시이후론 통제된다. 장터목에 예약했뒀다라고 하니 다행이 통과시켜줬다.( 차라리 그때 통과시켜 주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체력은 고갈되어 가고 기온은 더 떨어지고 바람은 더 강해지고 눈발까지 날리고 게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니 공포가 밀려왔다. 너무 힘들어 차리리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더욱 힘들어지고.. 허나 내가 걷지 않으면 저 가엾은 세남자도 진행이 안될터 ..지리산에서 네명 동사했다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고 비명을 지르며 걷고 또 걸었다. (바람에 날려갈 뻔 한 거 잡아서 끌어준 달국장에게 감사^^ ㅎㅎ ) 드디어 장터목 대피소.. 어두운 하늘아래 눈보라에 휩쌓인 채 시커멓게 서 있는 대피소가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괴기스런 모습이었는데 그땐 천국보다 더 아름다웠고 감사했었다.
방으로 직행해 라디에이터위에 올라앉아 언몸과 장비들을 녹이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니 울 회장님 오전 9시40분경 문자를 보냈더라 '지리산 영하30도 하산하기 바람'이라고..진작에 이 문자를 확인했더라면 벽소령에서 기필코 탈출했었을텐데..쩝!! 북새통이던 취사장이 조용할때쯤 모여 오리고기로 저녁을 먹으며 다시 통보..종주 포기하고 벽천계곡으로 바로 하산하자고..봉돌과 달국장도 동의한다. 산이 도망가냐..담에 따뜻할때 1박2일로 다시 오자했지만 태산이 죽어도 해야겠단다..내일은 하산길이라 쉽다고 날 설득하려 하지만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추위가 문제라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추위가 아니라고 항복하겠다고 했다.결국 친구를 혼자가게 할 수없었던 봉돌이 태산이랑 같이 종주하기로 하고 달국장이랑 나는 탈출하자고 반 결론을 내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장터목의 밤은 노고단보다는 깊었다..
뒤에 노고단이 보이고..
너무나 추웠는데 사진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ㅎㅎ
벽소령 대피소..여긴 봄날이었다..
달국장이 친구를 위해 간소하게 제를 지내고.. 이후 사진이 없다.. 시간에 쫒기기도 했거니와 악천후 때문에 사진 찍기는 거의 불가능했기에 이후 사진이 없다..,ㅠㅠ
세쨋날 : 장터목 대피소~천왕봉~대원사
대피소(8:55)~제석봉~천왕봉(9:45)~중봉(10:17)~치밭목 대피소(12:17)~유평리(14:05)~대원사(14:20) 대략 5시간 15분 소요.
새벽에 일출 보러 가려는 사람들로 부산스럽지만 모른척 하고 누워 있었다. 밤새 휘몰아치던 눈보라 소리에 기가 질려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나 생리현상도 참고 있었다.
7시40분경 장터목에서도 해가 뜬다. 거침없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놓친 후회? 전혀 안했다.ㅎㅎ 천왕봉에 떠오른 태양이 바로 저 태양 아니던가..조금 늦게 봤을뿐인걸..
콩비지 찌게로 아침을 먹고있으니 대피소에서 천왕봉 기온이 영하30도, 체감온도는 40도라며 천왕봉 산행은 자제하란다. 그래 그래야지..당연히 하산준비를 하려는데 달국장이 배신을 때렸다. 내심 종주를 마치고 싶은 욕심이 들었겠지.. 아침을 먹고 나니 눈부신 태양이 날카로운 바람을 달래 듯 따뜻한 기운을 마구 내뿜고 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또 동행.
천왕봉, 중봉으로 이르는 길은 바람이 부는 곳은 지옥이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천국이었다. 천국과 지옥을 정신없이 왕복하며 길고 지루한 대원사 계곡을 걷다보니 어느새 유평리..만세~드디어 산에서 탈출했다. 쇼생크 탈출도 이보다 더 감동적이지는 않았당.
대원사를 지나 주차장까지 절뚝거리며 걸어 내려와 두부김치와 동동주 한사발로 하산주 하고 버스 타고 진주로 이동..차량 회수하여 다 같이 목욕탕으로 고..거기서 비로소 짐승의 모습을 탈피하고 말끔하지만 다들 벌겋게 타버린 얼굴로 울산으로 돌아와 위나리 언니가 사 준 막창과 소주 한잔 먹으며 우리의 무용담을 옛날 얘기하듯 했다.
그리고 또 다시 통보했다..올 겨울 더이상 날 찾지 마라고..따뜻한 봄이 오면 그때 보자고..
장터목의 장엄한(?) 일출
속눈썹에도 상고대가 뽀얗게 얼어있다.ㅎㅎ
불쌍하다 못해 처절한 모습들..ㅎㅎ
누군가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 같다고 했다. ㅎㅎㅎ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부부같은..
드디어 드디어 마을이닷!!!
완존 상거지 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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