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 10경 : 성삼재~노고단~반야봉~뱀사골

aeriin 2011. 10. 1. 20:19

     2011.9.30~10.1 1박2일  구름 조금/ 강한 바람

     봉돌,신천,애린

 

    첫쨋날 : 성삼재(13:00) ~ 노고단 대피소 (13:37) ~ 노고단 (13:56) ~ 돼지령 (14:44) ~피아골 삼거리(14:57) ~임걸령 (15:05) ~ 노루목 (15:43) ~ 삼거리(16:00)

                 ~ 반야봉1732m/반야낙조 (16:35)   대략 3시간 35분 소요

    둘쨋날 : 반야봉(7:40) ~ 삼도봉 (8:24) ~ 화개재 (8:53) ~ 뱀사골 탐방지원센터(9:05) ~간장소 (10:10)~제승대(10:51)~뱀사골자연관찰로(11:51)~

                  뱀사골 탐방안내소 (12:16)  대략 4시간 30분 소요

 

봉돌이 지리산 10경을 목표로 세웠고 그중 반야봉 낙조를 첫 타겟으로 삼았다.

반야봉 낙조를 보고 일출까지 볼 욕심으로 비박을 하기로 했고 우린 짐을 바리 바리 짊어져 마치 피난민의 모습을 하고 출발...

뱀사골 탐방센터가 있는 반선에다 차를 주차해 두고 거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쥔장이 소개해준 분의 트럭을 타고 성삼재로 이동..성삼재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까지 갔다

 

 

 

 

 

노고단..개방시간이 오전 10시~오후4시까지 제한되어 있어 두번의 종주때는 구경을 못하고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엔 힘들어서 두분만 보내고 밑에서 배낭 지킴이 함.

 

 

 

 

 

 

 

바람이 너무 강했다는..

 

 

 

 

 

 

 

임걸령 샘.. 철분맛이 났다.

 

 

 

 

 

 

 

 

 

반야봉을 향한 계단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이만큼일까?..

짊어지고 뛰기엔 너무 무거우나 내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무겁지는 않다..그냥 천천히 걸으면 될 뿐이다.

갑자기 아들이 아기였을때 무겁다는 이유로 업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졌다 ..

그땐 힘이 없었어 그땐 산에 다니지 않았으니깐..ㅎㅎ

 

 

 

천왕봉,노고단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라는데.. 봉우리 자체는 이렇게 밋밋하다.ㅎㅎ

 다만 지리산의 서쪽 끝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어 지리산 전체를 조망하기엔 멋지다.

주 능선 종주와 화대종주를 했지만 반야봉은 첨이다.. 아무리 바빠도 들렸다 갈껄..

 

 

 

 

 

 

 

 

 

 

 

 

 

 

 

 

 

반야봉의 낙조..

강풍 때문에 서 있기도 힘들어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추위 때문에  밥 숟가락 놓자마자 그대로 침낭 속에 파고 들어 누웠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품으며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을 헤아리려 했는데 나의 희망은 바람에 날려 가버리고

뱃 속 가득한 삼겹살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느긋함에 연거푸 마셔된 술 때문에 소화불량과 두통에 시달리며

밤새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곰 발자국 소리가 섞여 오지 않을까 귀를 쫑긋거리며 뒤척여야 했다.

 

새벽 4시30분쯤 봉돌이 볼일 보러 텐트 밖으로 나가는 틈을 타 나도 따라 나가 볼일도 보고 별도 보고..

바람은 많이 잦아들고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번민(?)들이 해결되고 나니 졸음이 확~ 밀려왔다.

밖이 훤해지고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리지만 달콤했던 짧은 잠이 아쉬워 뭉기적 거리다 결국 일출을 못봤다.

에효~ 한심한 게으름뱅이 같으니..  뒤늦게 반야봉에 올라서니  이제껏 본 것 중에 가장 두터운 운해가 그림처럼 아래 세상을 덮고 있었다. 

 

눈꼽도 안 뗀 꾀제제한 나의 몰골 때문에 천상의 아름다움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 미안해도 어쩔 수 없다. 나도 인증샷에 목숨거는 한국인인걸.ㅎㅎ

 

얼굴을 가려보면 덜 미안할까 ? ㅎㅎ

 

아예 뒤돌아 서면 안 미안해도 되겠지?

 

그냥 빠져 주는 게 제일 낫겠다..

 

 

 

 

 

 

 

 

 

 

 

 

 

 

 

여기는 삼도봉.. 반야봉의 운해가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면 삼도봉의 운해는 역동적이면서 신비스러웠다.

 

 

 

화개재..

 

 

 

 

 

 

 

 

 

처음 계획은 반야봉에서 이끼폭포쪽으로 하산 할 예정이었으나 하지 말라는 짓은 한번만 하기로 하고..뱀사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시리도록 푸르고 깊은 물과 수세미로 박박 씻어 놓은 듯한 말갛고 큼직한 바위들을 그저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같은 알탕족들에겐 너무나 잔인하다.

 

 

 

 

 

 

 

 

 

 

 

 

 

 

 

 

 

 

 

 

 

 

 

 

 

 

 

이토록 여유로운 산행...

시간에 맞춰 하산해야 할 걱정없이 내 호흡보다 더 느리게 걷고 ..

무거운 짐을 핑계로  오래도록 휴식하며  쏟아지는 햇빛 너머로 멀리 우뚝 선 봉우리들 과 그것을 연결하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경외심을 갖고 한없이 바라볼 수도 있었고..

나무 한 그루, 야생화 한 다발이 새삼스러워 뒤돌아 보며 이름을 확인하며 ..

10월의 시작, 가을의 서시 한편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