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남덕유 서봉 비박 산행.

aeriin 2016. 1. 3. 20:17

 

2016.1.2~3. 구름많음

봉돌,신천,애린

 

울산 장검ic  ~ 경부고속도로 ~경산휴게소 아침식사~ 88고속도로 ~ 서상 ic ~육십령 휴게소 (전북 장수면 장계면) 대략 3시간 소요.

 

덕유산 주능선의 눈꽃과 운해를 보러 가고 싶었다.

모 카페에 칠봉이 비박터로 멋지단다. 샘도 있고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 되고..

이보다 멋질수가!!

그러나 봉돌은 '어디 관광가냐?' 며 개무시했다.

대신 백두대간길 어쩌고 하며 서봉으로 가자고 했다.

아~ 남덕유는 별론데..

갑자기 허리도 아프고 발목도 욱신거린다. 별로 안가고 싶어하는 몸의 신호다.

그래도 가야한다. 데리고 가줄때 열심히 따라 다녀야 한다.

덕분에 장장 5시간을 개고생했다.

육십령에서 서봉까지는 7.6km 정도.

봉돌은 완만한 구간이라고 했지만   끊임없이 오르락 내리락이 요동치는,  몸의 기어를 수시로 변속해야 하는 아주 힘든 구간이었다.

 

 

1월 2일 육십령 휴게소(11:00) ~ 할미봉 (12:20) 중식 ~ 서봉 (장수덕유산) (15:50)    대략 4시간 50분 소요

1월 3일 서봉 ~ 덕유교육원 ~ 영각사 입구

 

 

육십령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산행 시작

 

겨울산의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얼었던 땅과 눈이 녹아 많은 구간이 질퍽했다.

 

 

 

 

1시간 20분을 올라 할미봉 도착.

라면 끓여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후 다시 출발.

 

 

 

 

 

가파른 나무 계단도 있고..  조심조심

 

 

나무 사다리도 있고

 

 

 

 

 

 

 

 

 

 

 

 

 

 

 

 

 

 

 

산행시간 4시간 경과.. 갈 길은 멀고 힘은 들어 죽겠고..

아이고 내팔자야

 

 

다~ 저 봉돌 때문이야

 

 

 

 

 

 

 

 

 

 

 

누군가 걷기는 자신을 해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과정이다 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떤 모습으로 새로워졌을까?

단언컨대,지금 이 순간은  절대로 긍정적인 형태는 아니다. ㅎㅎ

그러나 하루가 지난 후엔, 아니 걷기를 멈췄을때

새로운 에너지와 감동들, 후회와 반성 그리고 각오들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해가 질 무렵에야 목적지 서봉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늘은 일몰이 만들어 내는 평온하고 명상적인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덕유의 풍경은 거침이 없지만 유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널직하고 평탄한 산정을 좋아하는 내게 남덕유는 너무 뾰족하다.

 

 

 

 

 

 

헬기장에서 남덕유산을 배경으로 한컷.

여기서 비박 할 예정이었으나 따뜻한 날씨탓에 땅이 젖어 있고 바람은 강해

서봉 바로 직전, 돌무덤과 이정표가 있던 아늑한 응달에 사이트를 구축했다.

 

서봉에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했다. 누가? 봉돌님이..

그래서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1.5리터는 점심으로 라면이랑 커피 끓이며 다 썻고

신천님이 챙겨오신 수돗물 2리터는 산행 하면서 반쯤 마셔버렸고 ( 아~ 수돗물이 꿀맛이었다)..

자, 이제 샘은 어디에?

두 사람은 텐트를 치고 , 난 블로그를 뒤져 샘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지만

정확한 위치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어느 블로그의 글에는 우리가 자리잡은 이곳 돌무덤 근처라고 했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샘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온통 눈밭이라 있어도 눈에 띄지는 않았을 듯.

결국 샘은 포기하고 남은 물로 샤브샤브를 만들어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딱 세모금의 물을 자리끼로 남겨둔채로..

 

 

 

 

 

 

남덕유산 너머로 여명이 시작된다.

 

 

지난 저녁, 검은 안개들이 산정을 덮더니

아침엔 운해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설천봉은 운해에 완전히 잠겼고 향적봉만 살짝 드러나 보인다.

 

 

상고대가 곱게도 얼어있다.

 물이 고팠던 난, 이렇게 이쁜 상고대를 마치 산짐승 아니, 목 마른 사슴처럼 (컥!!) 핧으며 갈증을 달랬다.

아~ 커피..커피가 고프다

커피맛 상고대도 있었으면 좋겠다.ㅋㅋ

 

 

2016년 첫해는 중천에서 맞이했지만,

세번째 해는  동녘 저 아득한 곳에서 맞이하리라.

 

 

 

 

 

 

 

 

헬기장에선 남덕유에 가려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

서봉의 남쪽 암릉에선 완전하게 보였다.

 

 

늦은 저녁, 홀로 올라오신 산객님의 mk텐트.

 

 

 

 

 

 

 

 

 

 

남덕유산을 거쳐 영각사로 하산하기로..

 

 

 

 

 

어제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여기저기 뭉쳐있어 오르막 오를 엄두가 안났다.

남덕유산 바로 아래 우측 계곡으로 하산길이 나 있기에 남덕유 포기하고 하산 시작.

 

 

 

얼어붙은 계곡을 내려가는 길이 죽을 맛이다.

미끄러운데다 커피를 못 마셔 몽롱하다.

미끄러지고 고꾸라지고...크게 안다치고 내려온 게 장할 지경이다.

 

 

 

드디어 !!! 계곡물을 끓여 커피를..

커피 믹스 5개. 블랙커피 2개를 타서 봉돌, 신천님 한잔씩 주고 내가 다~ 마셨다.

이것이 바로 나의 커피잔. 밥 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장장 24시간만에 먹는데  잔이 이 정도는 돼줘야..

 

 

계곡길을 내려오니 이곳 덕유교육원으로 떨어졌다.

 

 

교육원에서 서봉까지는 3.2km

그런데 탐방금지란다.

교육원을 벗어날 즈음에 영각사 들머리와 만나게 된다.

영각사 입구에서 택시를 불러 육십령으로 돌아왔다.

 

차량 회수후, 토곡동 송어양식장으로  가서 송어회랑 튀김을 안주삼아 하산주를 마시며

산행의 피로와 힘들었던 기억들을 풀어내 버렸다.

그래야 다음에 또 길을 나설 수 있으니깐...

 

 

 

 

 

※ 고수님들께서 알려준 서봉 샘의 위치를 추측컨데.. ※

 

우리가 비박했던 이곳 돌무덤이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아래로 50여미터 다시 좌측으로 20여미터 가면

아래와 같이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