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4~15 비 그리고 흐림
봉돌,신천님과...
쇼생크 탈출에 성공한 팀 로빈스의 감격적인 만세 동작을 머리에 그리며..
드디어 자유다!!!
이 자유를 만끽하고자 멋지고 멀~찍한 곳으로 비박을 가야 하는데 딱히 멍석 깔아 놓으니 반짝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게다가 비 온단다.
아들도 친구들과 집에서 파티를 해야 겠다고 집을 비워 줬으면 고맙겠단다.
고로 우린 어차피 집을 떠나야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두타.청옥산 이고 봉돌이 가고 싶은 곳은 왕시루봉이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의하면 두타산은 토요일 오후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니 고민 없이 후보 탈락시키고
지리산 왕시루봉은 계곡치기를 하고자 했던지라 안전상 포기하고
오전 일찍 비가 그친다는 담양 추월산으로 정했다.
3시간여를 달려 담양에 들어서니 비가 내린다.
그래도 기상청이 엄청난 헛다리는 아니리라 믿고 몇시간 정도 오차가 났다보다 했다.
메타스콰이어 길에도 들리고 추월산 아래 식당서 김치찌개를 먹어가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지만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르다 보면 그치겠지 싶어 산행을 시작했지만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세 사람은 각자 머릿속에서 가나마나를 고민했다.
봉돌은 진행 60% 포기40%, 신천님은 진행 20% 포기 80% , 나는 진행 40% 포기 60%
결국 포기 우세 !
봉돌은 프로는 날씨 탓을 하지 않는 다며 궁시렁 거렸지만
비록 비가 무서워 회군하는 아마추어 중에 아마추어가 될 지언정 비를 맞으며 산행 하고 싶지는 않다.
이리저리 궁리하다 차가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안가려고 했던 하동 금오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는 그 점 때문에..ㅎㅎ
메타스콰이어 길에서
담양은 축제중이었다. 남도 먹거리 축제던가?? 그래서 비가 내리는 중에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다들 구라청에 속았을 듯.
메타스콰이어길은 입장료가 2000원이다. 입장료가 아까워서라기보다 그냥 걷기 싫어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다.
추월산 아래 담양호 둘레길.
전혀 호수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물이 말랐다.
비를 저주하고 있는 우리가 미안해진다.
우리가 정상에 도착 했을때 쏟아지지 그랬니..
추색이 만연한 추월산 진입로
기상청에다 저주를 퍼 부으며 빠꾸 하고
하동 금오산으로 고고!!
담양ic 돌아나와 진교ic로 향한다.
하동군 진교면 고룡리 평당마을로 접어들어 6km 꾸불꾸불 가파른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널찍한 정상부에 도착한다.
금오산 정상은 안개가 두터워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리 밤이 낮보다 우세한 11월이라지만 너무 일찍 어둡다.
그래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때쯤, 나는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울산서 담양까지 담양서 하동까지 운전을 해왔더니 심히 피로했다.
울산으로 돌아갈때도 내가 운전 다 했다.
왕복 650km에서 10km정도 봉돌이 운전하고 나머지는 내가 다 했음에도 그는 미안하거나 고마워하는 기색이 없다.
부부 비박단을 해체하고 각개전투 모드로 가자고욧!!
늦게 올라온 팀이 왁자지껄 떠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잠을 청했다.
어느 여자분의 날카로우면서도 호탕한 웃음소리에 움찔움찔 하며..
나는 절대로 저렇게 웃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여성스럽고 조심스런 웃음소리를 연습해본다. 호호홍.
곳곳에 취사.야영금지 푯말이 달려있지만 아무도 신경 안쓴다.
저 푯말들은 얼마나 머쓱할까..
밤이 되니 군부대에서 노을빛 가로등을 환하게 밝힌다.
어두워 질 수록 주차장의 차가 늘어난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거대한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든 분들이 자꾸 늘어난다.
봉돌이 기가 많이 죽었겠다. ㅎㅎ
오랜만에 mk3를 챙겨오고 신천님을 위해 악토도 챙겨왔다.
알락텐트를 갖고 계신 신천님에게 악토는 낮아서 불편했다고 하셨다.
난 우나도 낮아서 싫은데 봉돌만 악토를 불편해 하지 않는 듯.
게다가 습해서 그런가 악토의 결로가 장난 아니다.
mk3는 역시나 축축해질뿐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단지 구형이라 베스터블을 구할 수가 없어 아쉽다.
사진에 찍힌 저 앙증 맞은 몇개의 별들..
이는 봉돌의 사진 역사에 엄청난 도약이다. 박수를 보내주시고..
아름다운 남해대교 야경.
거대한 굴뚝들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들 조차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저 바다 하늘엔 항상 먹구름이 덮혀져 있을 것 같다.
물론 구름은 아니지만.
다도해가 여명으로 밝아온다. 고깃배들의 불빛이 영롱하다.
어제밤 안개에 덮여 있을때는 저 불빛들이 마을인 줄 알았다. 그래서 투덜거렸었다. 다도해가 조망된다더니 온통 마을뿐이잖아.
무식하면 성격이나 좋던가..
화장실
금오산은 캠핑장만큼 편리하다.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부대 입구에 물이 잘 나오는 식수대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는 올 생각이 없다.
접근이 쉬운 만큼 번잡스럽다.
운해가 덮힌 한려수도는 어제의 짜증들을 말끔히 씻어내준다.
그럼에도 난 산맥들을 떠 받치고 있는 운해가 더 좋다.
금오산 혹은 소오산
이 표지석 옆에 식수대가 있다.
그위엔 공군기지
공군기지를 바라보며 사진은 겁나서 못찍겠다.
걸리면 징역3년 벌금 3천만원이라던가..ㅎㅎ
지리산 천왕봉과 그 아래를 덮고 있는 운해.
만복대로 가신 분들은 운해의 장관을 보고 계시겠구나..
다시 한번 구라청에게 뒷통수를 맞아 뻐끈했지만
덕분에 담양도 가보고 하동 금오산도 올라봤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목표한 바 대로 이루어 지면 좋지만
어긋날때는 또 그대로 즐기면 되는 거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유연하게 상황을 즐기는 것.
아마추어리즘의 진정한 묘미다.
'경상도의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위산 이무기 능선 (0) | 2016.11.20 |
---|---|
거창 우두산 비박 (0) | 2016.05.16 |
눈부신 초원의 빛..황매산 비박산행 (0) | 2015.08.08 |
거제 계룡산 비박 (0) | 2015.05.02 |
청도 선의산~용각산 (0) | 2015.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