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9.14~15 1박2일
봉돌,위나리,미남,찌니, 그리고 짱수네 패밀리랑
6시 울산 호계출발 ~ 경부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이순신 대교를 지나 뱃시간이 남아 여수 교동 수산시장을 들러 전어회랑 꽃게 사서 백야도 선착장 10시30분 도착.
나올때는 직포에서 백야도 선착장까지..
10:50 am 백야도 ~ 함구미 7,000원
07:50 am 직포 ~ 백야도 11.000원
봉돌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나리 언니가 새로운 사업 때문에 산행을 잠정 은퇴할 예정인데 금오도 비렁길이 가고 싶단다.
봉돌도 가고 싶어 했던 곳이지만 난 별로 내키지 않아 미루고 있었는데 언니가 가고 싶다는데야 안 갈 수가 없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다들 카톡으로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민박이냐 비박이냐를 두고 부산을 떨었지만 늘 그렇듯 봉돌이 비박한다면 비박해야한다.
새벽 6시, 울산은 흐리기만 하고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인가? 했는데 부산 부근에서는 굵은 비가 한두방울 뚝뚝 떨어진다.
여수에서도 폭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다 배를 탈 때쯤 비가 멎었다.
맑은 하늘도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는'좋구로'를 외쳤지만 비렁길 군데 군데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로 시작된 여름 날씨라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은 좋았지만 빗속의 비박은 별로 안하고 싶다는 거..
우리의 비박지는 3코스 중간에 있는 매봉 전망대..
2코스 종점 직포에서 각자 3~4리터씩의 물을 채워 매봉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지친데다 의외의 복병처럼 만난 예상치 못하게 긴 오르막 구간에 다들 개거품을 물고 씩씩 거리다 폭발하기 직전 드디어 나타난 매봉 전망대...
비렁길 최고의 조망에다 때 마침 멎은 비로 바다 한가운데 무지개가 걸쳐있다.
피로와 고통은 무지개 너머로 사라지고..
신이 나서 집을 짓고 요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밤이 내린 바다..
조심스럽게 부는 얌전한 바람이 기분을 간지럽히고 은은한 달빛이 흐르는 어둡고 고요한 바다가 주는 깊은 안정감에 묵직한 안도의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viva la vida ♬
함구미(12:18) ~ 두포(14:21) ~ 직포 ~ 매봉 전망대(15:10) 1박 ~매봉 전망대 출발 (6:30)~ 직포교회 ~ 직포(7:05)
매봉 전망대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4, 5 구간 종주를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비가 온 후라 길이 미끄러워 야간 산행을 하기엔 위험하거니와 매봉 전망대의 매력에 홀려 종주 포기하고
짐 풀었다. 2, 3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비렁길의 정수는 본 셈이라 섭섭해 하지 않기로 했다.
섬에 들어갈때도 섬에서 나올때도 우리가 마치 전세낸 배인듯..
선착장에서 단체컷.
봉돌이 배에서 미리 식사예약을 해둔 식당..
보통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그런 평범한 밥상이지만 모든 반찬 맛이 정말 맛있었다.
주인할머니가 인심도 풍부하셔서 반찬도 자꾸 더 나온다..ㅎㅎ
9명 일행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탄한 맛.. 자극적이도 심심하지도 않는 딱 입맛에 맞는 그런 반찬들이다.
밥값은 7000원
(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사천 냉면집에 들렀다. 냉면값이 9천원, 만원이나 했지만 맛은 별로였다. 냉면이 냉면의 품격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막장냉면이었다는 거..진주식 냉면으로 유명하다고 했지만 우리 9명, 이구동성으로 맛없다를 외쳤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의 밥을 무척 그리워했다는..ㅎㅎ)
드디어 비렁길 시작..
위나리 언니는 비박이 부담스러 민박을 예약했단다.. 내 그럴줄 알았어..ㅎㅎ
이 대나무 숲을 나가면 1구간 끝..
1코스 종착점인 두포..
더운 날씨라 조금 지친 듯..가게에서 캔맥주를 시원하게 한잔씩 하고 식수를 보충하고 출발.
두포에서 직포까지는 비가 오락가락 했다.
촛대바위와 직포
갈바람통 전망대
매봉 전망대 도착..
민박하려던 언니도 결국 비박으로..
이보다 멋진 숙소 본 적 있수? ㅎㅎ
동이 트기 시작한다.
3구간 종착점 학동까지 간 다음 직포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상 직포로 바로 가기로 한다.
어제 거품물며 올라왔던 길과는 달리 돌아가는 길은 평탄하고 짧다.
매봉 전망대 계단을 내려와 조금만 가면 학동과 직포교회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학동은 포기하고 직포로..직포까지는 800미터
직포항에서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배를 탔다.
금오도의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백야도로
섬은 마음을 뺏길 정도로 아름답다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섬을 아름답게 만든 것은 불안정한 날씨가 주는 다채로움이었고 특별하게 만든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늦더위에 숨죽이고 있던 섬은 갑작스런 비에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비와 햇빛이 만든 경이로운 무지개는 평범한 섬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빛의 예술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구름들을 램블란트의 작품처럼 만들었다.
섬 본래의 색채에 빛의 예술이 더해지니 비로소 섬은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장소보다 그 장소에서 얻은 각성과 감동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달빛이 흐르는 고요의 바다는 우리에게 평정을 가르쳤고 밤 하늘 가득 메운 위대한 별빛들은 순수와 더불어 초월을 요구했다.
친구들을 먹이려고 양껏 담아온 먹거리들이 어깨를 짓눌러도 죽을 힘을 다해 짊어지고 오르는 이 자연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섬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눈 부시게 아름답고 세상 무엇보다 특별한 섬을 공유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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