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1 ~ 2017.1.1.
봉돌이랑 둘이서..
해맞이가 좋은 곳은 시끌벅적 할 것 같고...
봉돌이 비슬산을 가자고 한다.
낙동강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그 비슬산이기에 OK
2시간이면 닿는 곳이라 10시쯤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한다.
유가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길로 진입하기 직전에..
오후부터 날씨가 풀린다더니 정말 포근하다.
2시간여를 올라 드디어 능선..
능선엔 제법 바람이 불어댄다. 일기예보 상, 바람이 강할 것이라 해서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새로 구입한 힐레베르그 날로2GT
전실 확장형이라 전실이 넓다.
MSR드레곤테일이 동계비박시 실내가 넓어 좋긴 했는데 심실링이 형편없고 결로가 심해 비슷한 크기인 날로를 새로 구입했다.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엔 텐트 내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니깐..
그러나 이너텐트 높이가 낮아 조금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결로 또한 싱글월인 드레곤테일보다 나을게 없었다는 거!!!
정상석 아래 일몰을 감상하기에 적격인 박터는 이미 선점됐고..
우리는 헬기장 구석에 터을 잡았다.
이 조용했던 헬기장은 해가 지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갑자기 구름들이 낮게 깔리며 지평선을 덮는 바람에
낙동강이 은빛 아니 금빛으로 물드는 장면 아주 잠깐만 볼 수 있었다.
일몰은 비록 꽝이었지만..
새벽엔 맑다고 하니 새벽에 일어나 별구경이나 할까 해서 저녁 일찍 먹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늦게 올라온 한 팀이 우리 텐트 옆에 바짝 붙여 사이트를 구축하며
시끌벅적 떠들었다.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다.
산쟁이는 어때야 하느니 장비는 어떤 걸 써야 하느니 오만 허세를 부리던 리더라던 사람과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동생이라는 사람..
그 동생은,
또 다른 팀에서 아는 분을 만나 쉘터를 옮겨 술을 마셔 대더니
결국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그 와중에 같이 온 리더님께서는 텐트 속에서 소리만 지를 뿐 제지 할 생각도 안하고..
결국 같이 술을 마시다 봉변 당하고 있던 분들이 어찌 해보라 하니 겨우 텐트에서 나와 말리는 시늉을 했다.
난동이 멈출 기미가 안보여
잠자다 말고 우리는 텐트를 걷어 정상 아래로 옮겨야 했다.
텐트를 걷는 와중에도 그 미친놈은 내게 불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
어느 분인가 경찰에 신고를 하니 조용해졌다고 한다.
자리를 옮겨 겨우 하늘 구경도 하고
다시 잠을 청해본다.
첫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산객들이 산을 올라 오셨다.
늘 그렇듯 새벽녘에야 잠이 든 나는 새해고 헌해고 다 귀찮아 텐트 안에서 개기고 있는데
봉돌이 나오라고 전화를 해댄당.
할 수 없이 기어나와 해를 찾아 봤는데 해는 없다.
다들 동쪽을 바라 보고 있는데 나만 서쪽을 보고 있었다.
민망해져 얼른 뒤로 돌아 헬기장으로 갔더니
어젯밤의 그 주폭은 철수하고 있었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그렇게 도망갔나보다.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같이 술을 나눴던 분들의 쉘터도 찢어 놨다던데 그거 다 배상해줄라나..
이 말갛고 예쁜 해를 보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산정에 터를 잡고 밤새 기다릴 참이었건만
미꾸라지 한마리땜에 2016년을 찜찜하게 보내서 두고 두고 화가 난다.
텐트랑 봉돌 비주얼은 히말라야급이여~ ㅎㅎ